Pick Your CARD 제작기: ① 대화를 위한 도구를 만들 순 없을까?

세상엔 다양한 도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구는 특정한 행동을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가 늘상하는 일에는 늘 도구가 우리를 돕고 있습니다. 식사를 할 땐 수저가 걸어 다닐땐 신발 등이 있죠.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하는 대화는 어떨까요? 대화를 돕는 도구를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평소 해봄 다이닝을 비롯해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고 다양한 외부 모임에도 참석합니다. 이러한 모임들에 평소에 교류가 있던 이들이나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면 대화에 큰 문제가 없거나 새로운 사람, 낯선 이들이 모이는 자리에선 대화라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저는 침묵으로 오는 적막을 무척 어려워하는 편인데 이러다 보니 대화를 끊임없이 진행시키곤 합니다. (이걸 진행병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트레바리에서 사용되는 질문 카드

최근 트레바리, 문토, 크리에이터 클럽과 같은 커뮤니티 형태의 스타트업들이 늘어나면서 이것은 그들의 고민이 되었습니다. 파트너, 모임장, 클럽장 등이 잘 사람들을 소개도 시켜주고 진행도 시켜주면 베스트 겠지만 그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그러다 보니 다양한 방법이 생겨났습니다. 종이에 서로 하면 좋은 질문을 적어 만든다던지, PPT를 이용해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세션을 진행하게 하던지 하는 방식이죠. (가장 좋은 뒤풀이, 번개를 시키는 방법도 열심히 쓰이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모임들을 하면서도 큰 생각은 없었습니다. 요즘 이런걸 하는구나 질문들도 오늘 날씨 어때요? 같은 질문들이다 보니 뭔가 Small talk에서 멈추는 느낌도 강해서 제가 참여해본 여러 모임에서는 완전 초기에 잠깐 관심을 가지게 될 뿐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만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미국 여행을 갔을 때 했던 파티 게임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랜덤으로 섞인 카드를 뽑으면 빈 칸이 있는 문장이 있고 단어 카드를 뽑아 문장을 만들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들게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이때 만해도 '이런 것도 있네 재밌다.'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다 2020년 1월 초 연초에 모임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화를 돕는 도구를 만들어볼까? 좋은 레퍼런스도 있고 실제로 커뮤니티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사용도 하고 있고 무엇보다 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만들지에 대해서 작성된 기획서 대략 A4용지 3장의 문서였습니다.

 

적고 나니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가 보였고 누가 필요한지가 보였습니다. 저는 굿즈를 만들어 본 적이 몇 번 있긴 하지만 전문가라고 하긴 어려웠습니다. 굿즈를 많이 만들고 프로의 영역인 사람, 굿즈/제품을 디자인해본 사람, 이런 파티문화를 잘 알고 내용을 채우는데 도움이 될 사람이 필요했고 각각의 적임자를 찾아 연락을 했습니다. 다행히도 셋 모두 한 번에 승낙을 했고 그렇게 2020년 2월 ‘대화를 위한 도구’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